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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색 전하며 ‘치유의 성악가’ 꿈꿔" 소프라노 윤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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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선껌 댓글 0건 조회 947회 작성일 21-12-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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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작정 학교 근처 교회를 찾아갔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할 곳이 필요해서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져서였을까. 교회로부터 노래를 불러도 괜찮다는 허락이 떨어지고, 그는 1년 반을 매일같이 이곳에서 노래했다. 늦게 시작한 성악이기에 그에게 연습시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졌다. 저녁 식사시간 이후 2시간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연습이 끝난 뒤에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저 하기 위해 교실로 돌아갔다.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그렇게 그는 성악가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 섰다. 소프라노 윤한나씨의 이야기다.

저녁 8시 40분, 막 리허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생기가 넘쳤다. 공연 준비로 통 시간이 나지 않아 밤늦게 만났지만 그에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입에서는 처음 성악에 매료됐을 때부터 늦은 나이에 유학길에 오르기까지의 일들이 바로 어제 있었던 것처럼 술술 흘러나왔다.

그가 처음 성악에 매료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여수에서 태어난 그는 음악을 좋아해 여수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마음 속에 두게 됐다. 라디오 채널을 섭렵해 클래식을 늘 가까이 했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그의 부모님은 어린 딸이 품에서 멀어지는 게 걱정돼 만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진로를 정해야 하는 길목에서 그는 스스로를 시험해보기로 한다. 여고를 다니던 그는 학교 옆 남고의 음악 선생님을 찾아가 성악가로부터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만난 분이 순천지역 음악협회를 발족, 초대에 이어 2·3대까지 지부장을 역임하면서 음악인을 규합한 은희원 은사였다. 어디서 나온 용기였을까. 가끔 두려운 일에 직면할 때면 용감했던 그 시절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터다.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윤씨는 한자 한자 꿈에 대한 진심을 눌러쓴 편지를 부모님께 드렸고, 결국 집안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입시에 매진한 끝에 전남대 음악학과를 다니게 됐고, 동 대학원까지 마치기에 이른다.


윤씨는 대학 시절 순천시가 주최한 오페라 ‘춘향전과 리골레토’에 주역으로 발탁돼 무대에 섰다. 이후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타’에서도 주역을 맡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는 순천시립합창단에 입단해 수석 상임단원으로 8년 간 오페라 ‘가면무도회’ 오스카역, ‘코지 판 투테’ 피오르딜리지역, ‘마술피리’ 파미나역 등을 맡으면서 다양한 무대에 오르내렸고, 순천소년소녀합창단 발성코치도 맡았다. 여기서 순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였던 남편 정요원씨를 만나 딸을 낳고 잘 사는 듯 했다. 그러나 시립합창단 수석단원, 시립합창단 상입지휘자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꿰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학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공부할 곳을 알아보며 전 세계 이곳 저곳을 가보고 최종 유학지로 미국을 결정했다. 그의 나이 33세에 온 가족이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남들은 귀국해 한창 국내에서 활동할 나이에 유학을 선택한 것이다.

남편과 함께 공부해 북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밟은 그는 오페라 갈라콘서트에서 ‘리골레토’ 질다역으로, ‘라트라비아타’ 비올레타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한인들을 위한 음악회와 미국교회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 크고 작은 무대에 여러 차례 섰다. 귀국할 때쯤엔 가족구성원이 5명으로 늘었다. 2015년 귀국한 윤씨는 고향인 여수와 광주에서 연이어 귀국독창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그는 광신대 음악학부 교수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학창시절 느낀 음악에 대한 갈증을 교육 현장에서 풀어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윤씨는 점차 나이가 들면서 소리에 담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30대에는 기교에 치중했다면 40대에 다가서서는 그 안에 담긴 의미,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노력하죠. 가사를 알지 못해도 진심을 다해 표현하면 감정과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음악의 힘이니까요.”


최근에는 지난달 열린 광주시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의 헨젤역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지난 2018년 창단해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그때 역시 헨젤 역을 맡았다.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며칠 간을 그 사람으로 살면서 감정을 느껴야 합니다. 헨젤은 두번째로 맡은 역할인데 제게는 할 때마다 도전이에요. 제 목소리가 서정적이면서 밝은 음색이어서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할처럼 여성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왔는데 이 역할은 남자이기 때문이죠.”

그에게 ‘헨젤과 그레텔’이 남달리 의미있는 작품인 이유다. 소프라노인 그가 음역대가 낮은 남자 역할의 헨젤을 맡은 것은 그에게도 도전이어서다. 이같이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의욕이 샘솟는다는 설명이다. 가슴 속에 일렁이는 뜨거움을 무대에서 발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이같은 무대 외에도 이달 9일에는 광신대 정기연주회, 15일에는 빛고을시민문화관 월요콘서트, 22일에는 GIC클라빌레 국제교류센터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내년에는 음반 발매와 한동안 뜸했던 독창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을 오가며 준비 중으로 이달 중 녹음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끝으로 그는 사람들에 에너지를 전할 수 있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음색이 따뜻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어요. 그 따뜻함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가 닿았으면 하죠. 청중들이 제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힘들 때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는 치유의 성악가가 됐으면 합니다.”


출처 : 광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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